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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년의 비결,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하정화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2021.2.3.)

 

선 나이 들수록 행복하다는데노년, 삶 만족도 낮아

못할 일 집착 말고 피아노 연주등 가능한 목표에 매진을

나이 듦은 쇠퇴가 아닌 새로운 시작도전 멈추지 말아야

 

노년하면 흔히 가난, 질병, 외로움 같은 부정적 단어를 떠올리기 쉽다. 이른바 노년의 ‘3()’. 하지만 길게는 30~40년 이어지는 요즘 노년기의 모습은 일반적 편견보다 훨씬 더 다채롭다. 주변을 돌아봐도 젊은이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즐겁게 사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 몸이 건강하고 사회경제적 자원이 많으면 노년기의 안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삶에 대한 높은 행복감과 만족감은 그런 여건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더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는 길을 탐구하는 노년학 연구의 첫걸음도 노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노인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세계 최고 수준 고령화 속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202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7%였고, 2025년에는 20.3%, 2051년에는 40%를 넘을 전망이다. 2019년 기준 기대 수명은 남성 80.3, 여성 86.3년으로 평균 83.3년이며, 65세의 기대 여명은 21.4년에 달한다. 지금 65세인 사람은 평균 약 21년을 더 산다는 말이다. 그런데 건강 수명은 201265.7년에서 201864.4년으로 오히려 줄었다.

20210203 삶의질 만족도.png

 

 

빠른 고령화 속도만큼이나, 노년기를 새로운 활동력과 행복의 시기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시급하다. 이런 변화에 도움이 될 노년학의 최근 발견들을 소개한다.

 

우선, 노인 스스로 자신의 나이 듦을 쇠퇴로 받아들이며 사라져가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역경을 헤쳐나가는 힘을 지닌 적극적이며 역동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자기 인식에서 문제의 해결이 시작된다. 독일의 석학 발테스(Baltes) 부부는 이를 선택-적정화-보완(SOC·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 모델로 설명했다. 이들은 목표를 재설정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보완하는 전략을 통해 가능한 일에 자원을 집중해 성공적인 노년을 일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에서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의 목표는 개인마다 다르다. 활발한 사회 활동이나 정서적 만족이 될 수도 있고, ‘피아노 연주’ ‘마라톤 완주등 구체적인 목표도 좋다. 예를 들어 코로나 유행이나 건강 문제로 외출이 어려워진 노인이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만남이라는 목표를 원한다면, 목표를 자주 연락하기로 변경하고(선택), 전화나 화상 통화를 이용해(보완) ‘친구 만남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노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선택과 집중전략의 중요성은 미 스탠퍼드대 로라 카스텐슨(Carstensen) 교수의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여론조사 기관 갤럽 등의 연령대별 심리적 스트레스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사람은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을 밝힌 나이 듦의 역설(Paradox of Aging)’ 연구로 유명하다.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고 느끼는 노인은 정서적인 만족감이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깊은 교류를 선호한다. 또 긍정적 감정에 초점을 두고, 부정적 경험은 잊는 방식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앞으로 남은 생이 길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는 부정적인 경험과 긍정적인 경험을 모두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결과가 모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노인 세대 삶의 만족도가 젊은 세대의 만족도보다 낮다<그래픽>. 이는 보통 노인 세대의 높은 빈곤율, 사회적 자본의 부재 등 세대 간 구조적 격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선택과 집중전략이 중요>

 

노년기에도 지속적인 배움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기억해야 한다. 최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극찬하며 다시 화제가 된 예술의전당 피아노 조율사 이종열씨는 83세다. 그는 여전히 작년보다 올해 더 발전하고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말한다. ‘변화하는 뇌의 저자인 서울대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는 발달은 유아기와 청소년기로 끝나지 않는다. 전 생애를 통해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학습에는 인지적 학습, 신체적 운동, 사회 활동이 다 포함된다. 질병이나 배우자 사별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동시에 닥쳐오더라도 자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 현재의 심리사회적 위기나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돌아보는 것, 어려움과 질병뿐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능성과 자유를 경험하는 것도 노년기의 발달 과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노인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존재, 무기력한 존재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변화를 이끌어낼 힘을 가진 것도 노인 자신이다. 노년기의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도 당사자 시각에서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기에 경험하는 신체적 기능의 손상이나 노화를 보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해, 이들이 의미를 찾고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행복한 노년의 조건, 끝없는 배움>

 

큰돈을 들이는 대형 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 단지 도서관 같은 곳에서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주시는 어르신이 계셨다. 미국 일리노이의 희망의 초원(Hope Meadows)’ 커뮤니티에는 입양 가정과 노인들이 어울려 사는데, 노인들은 낮은 월세 혜택을 받고 아이들 양육에 도움을 준다. 치매 환자들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일본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처럼, 치매 발병과 함께 고립되어 버리는 일상의 회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전 생애에 걸친 배움과 성장의 욕구가 채워질 수 있는 평생 교육의 환경 조성도 필수적이다. 요즘은 지역 복지관 등을 통해 평생 교육의 즐거움을 누리는 노인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날수록, 생애 주기에 맞춰 적절한 교육과 활동, 삶의 보람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의 개발과 보급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출처 : 조선일보(20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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