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시대엔 ‘눈 소통’이 중요하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조선일보. 2020.10.20.)
‘나는 말을 믿지 않아’는 라이 투 미(lie to me)란 해외 심리 수사물의 주인공 대사다.
그는 1초 이내로 짧게 지나가는 미세 표정(mircoexpression)을 포착하여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는 전문가이다. 자극이 있을 때 뇌의 감정 센터가 순간 반응하면서 나오는 미세 표정은 빠르고 짧아 숨기기 어렵다고 한다. 눈가의 주름은 긍정, 미간이 찡그려지는 것은 짜증, 입술이 씰룩 올라가는 것은 경멸 등 다양한 미세 표현이 존재한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긍정적인 척할 수 있지만 순간 나오는 부정적인 미세 표현은 막기 어렵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파악할 때 우리는 언어적 소통 이상 미세 표정 같은 비언어적 소통이 주는 정보를 활용한다. 그리고 비언어적 소통의 상당 부분은 얼굴이란 마음의 화면이 담당하는데 요즘 마스크 소통으로 화면이 가린 상태다.
표정을 숨기고 싶다면야 마스크 소통이 효과적이겠지만 일반적으론 신뢰 증진이 소통의 중요한 목적이기에 마스크 소통은 불편하다. 코로나 유행 이전 시행한 어느 마스크 소통 관련 연구를 보면 의사가 마스크를 쓰고 소통했을 때 환자가 의사한테 공감하는 정도가 떨어졌다. 특히 첫 대면에선 마스크를 안 썼던 의사가 두 번째엔 마스크 소통을 했을 시 관계의 단절감을 더 느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마스크 소통 안에서 효과적으로 비언어적 소통을 강화할 요령을 살펴보면, 우선 마스크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작고 웅얼거림이 계속 이어지듯 들려 잘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볼륨을 조금 올려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또 문장이 끝나거나 이야기가 전환될 때 한숨 쉬고 가는 시간을 더 넉넉히 줄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기승전결 없이 이야기가 중얼거리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단어에는 조금 더 강한 악센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한 것은 오히려 소통에 장애가 된다. 너무 볼륨을 올려 전체적으로 모든 단어에 힘을 주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역시 과하면 좋지 않지만 손짓 같은 보디랭귀지도 평소보다는 늘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눈 소통을 잘 활용해야 한다. SMIZE[smile with eyes·smile과 gaze(응시하다)의 합성 신조어]가 중요한데 얼굴이 웃고 있어도 눈이 화가 나거나 슬퍼 보이면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상대방이 인식한다고 한다. 그만큼 눈 소통이 중요한데 눈가에 웃음을 짓는 것은 상대방에게 긍정적 감정을 전달해 준다.
이번 주는 SMIZ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