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절반 "경로당도 복지관도 안 나가"
조선일보 홍준기, 손호영 기자 (2019.06.01.)
- 복지부 작년 95만명 조사 결과, 사회활동 안하는 노인 47%→52%
- 11%는 "가족과 전혀 연락 안한다"… 고독사 노인 1056명, 5년간 증가세
주변과 교류없이 혼자 살며 고립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2018년 독거노인 사회적 관계망 조사' 결과를 받아 공개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혼자 살면서 기초연금을 받거나 기초생활수급자인 65세 이상 어르신 95만명을 대상으로 주변과 얼마나 연락하고 사는지 조사한 자료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다니는지, 종교 활동을 하는지, 한다면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는지 묻는 질문에 과반(52%·48만5000명)이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사회활동을 하는 어르신도 있었지만(15%),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간다(20%)", "한 달에 한두 번 나간다(13%)"는 어르신이 더 많았다.
문제는 이런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2016년 같은 조건의 노인 87만 6000여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조사를 했을 때는 "전혀 사회 활동을 안한다"는 사람이 47%였는데 2년 사이 5%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 나간다는 노인은 전체의 17%에서 15%로, 주 1~2회 만난다는 노인은 22%에서 20%로 줄었다. 대신 남들과 아예 안만나는 노인이 절반 이상이 됐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노년
사회 활동 안 하는 사람만 늘어난 게 아니었다. '이웃과 왕래가 없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4%에서 16%로 늘었다. 일주일에 1~2회 이웃을 만나는 노인(41%→39%), 한 달에 1~2회 만나는 노인(26%→25%)은 되레 줄었다.
조사 대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은 피를 나눈 가족과도 왕래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족과 전혀 왕래가 없다"는 노인이 10%에서 11%가 됐다. 주 1~2회 만난다는 노인(25%→24%)과 월 1~2회 만난다는 노인(27%→25%)은 줄어들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고립이 심했다.
◇ 고령층 우울증, 고독사 크게 늘어
전문가들은 외로운 노인이 늘어나는 게 꼭 저소득층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홀로 사는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소득과 상관없이 전체 노인인구 중 1만명을 뽑아 조사했을 때도 다섯 명에 한 명(21%)이 아무런 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성 노인(23%)이 여성 노인(19%)보다 더 심각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고령층 우울증 환자(60세 이상)도 2010년 19만6000명에서 지난해 31만10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외로운 삶이 우울증을 부르고, 우울증이 다시 남들과 사이에 더 높은 벽을 쌓는 악순환이 저소득층뿐 아니라 모든 계층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고독사 증가로 이어졌다. 돌보는 사람 없이 혼자 살다 숨진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가 2014년 538명에서 지난해 1056명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늘었다. 지난해 기준 남성(696명)이 여성(360명)의 두 배 수준이었다. 김승희 의원은 "적극적으로 사회생활하는 노인일수록 삶의 질이 높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어르신들의 활동을 최대한 도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