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47그루, 경유차 한 대 1년 배출 미세먼지 잡는다.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나무와 숲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나무는 줄기, 가지 그리고 잎의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통해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농도를 낮춘다. 40년 된 나무 한그루는 연간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분량인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나무 47그루는 경유차 한 대가 1년간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7년 홍릉 숲과 서울 도심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비교한 결과, 숲 내부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도심보다 25.6% 낮았고, 초미세먼지(PM2.5)농도는 40.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뭇잎 표면의 잔털과 氣孔이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또 숲 내부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 미세먼지를 신속하게 침강시킨다. 실내 미세먼지와 공기 정화에 도움을 주는 식물 화분을 교실이나 가정에 비치하는 것도 맑은 공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흡수정도는 나무마다 다르다. 잎사귀가 바늘처럼 뾰족하고 오랫동안 달려있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흡수력이 더 뛰어나다. 앞에 털이 많고 표면이 끈적끈적한 느티나무, 철쭉도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도심에 도시 숲을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가로변 보행공간에 가로수를 많이 심으면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할 수 있다. 가로수를 심을 때 한 줄보다 두 줄로 심고, 거리를 따라 녹지를 조성하면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더 크다. 두 줄로 나무를 심으면 한 줄 대비 미세먼지가 25.3% 더 저감된다. 또 키 큰 가로수 밑에 철쭉, 회양목 같은 키 작은 나무를 층층이 함께 심어 복층 구조로 조성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나무와 꽃으로 무성하게 조성된 가로수 숲길은 미세먼지 저감능력이 극대화 된다. 또 아파트를 지을 때 도로와 주거공간 사이에 숲을 조성해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자동차 전용도로 등 차량배기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는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뛰어난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을 필요가 있다.
도시 숲과 가로수는 폭염완화 효과도 있다. 여름철 폭염에 노출된 사람이 가로수길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할 경우, 한 줄 가로수에선 체온이 평균 1.8도, 하층 식생과 함께 조성된 가로수에서는 평균 4.5도 낮아졌다.
가로수는 도시민의 생활공간이자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자동차 보급대수’가 도시개발의 잣대가 되었던 관점에서 벗어나 ‘도시숲 면적’과 ‘가로수 식재 정도’를 행복지표로 삼는 도시가꾸기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도시숲과 가로수는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동반자이다. 나무를 심는 것은 단순히 녹지와 휴식처를 만드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미세먼지, 폭염, 도심 열섬현상 등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이 되고 있다. 희뿌연 하늘을 맑게 만드는 작업은 우리 모두 함께 심는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된다.
출처 : 조선일보 19.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