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폭 강화한 ‘자사고 기준’, 교육권력의 횡포다
교육칼럼니스트 전흥섭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상당수가 존폐 위기를 맞게 될 것 같다. 교육 당국이 자사고 재(再) 지정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담당할 10개 시도교육청은 평가 지표를 대폭 바꾸거나 재지정 커트라인(기준점)을 기존보다 10~20점 높아진 70~80점으로 올렸다.
기존에는 60점만 받아도 통과할 수 있었다. 자사고들은 “새 평가 기준을 통과하는 자사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오는 6~7월 평가가 끝나면 상당수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는 5년마다 재지정을 위한 평가를 받는데, 올해는 전국 42개교 중 24개교가 대상이다.
자사고 측은 물론 학부모 단체들은 이들 시도교육청이 자사고를 없앨 목적으로 평가기준을 변경했다고 보고 있다. 5년 전에도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시도하였으나 당시 교육부가 제동을 걸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되었다. 지난 해 6월 지방선거에서 14개 시도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이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자사고에 대한 평가 기준을 강화해 재지정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정권이나 진영논리에 따라 교육제도가 바뀌는 것이다. 직선제로 선출된 교육감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바뀌고 있다.
원래 자사고의 뿌리는 김대중 정부 때 도입한 ‘자립형 사립고’였다. 고교평준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특수성을 확대하기 위한 학교제도다. 고교 평준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로 통일됐다. 이후 자사고 중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도 있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재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2014년도에도 서울시교육청과 자사고가 존폐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교육당국이 평가 지표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기준점을 강화해 자사고 재지정을 사실상 어렵게 한 적은 없었다.
자사고의 진퇴여부는 학교 및 교사, 학생, 학부모, 동문 등 교육 공동체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교육에 의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하지 않고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출처 : 조선일보 2019.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