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동의 없는 혁신학교 전환 안 된다
조주행 前 중화고 교장
지난달 혁신학교 전환을 추진하려던 서울 강남의 일부 초등학교가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전환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혁신학교는 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자율적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른다는 목적에서 도입되었으나 많은 학부모는 일반 학교에 비해 기초학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2009년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취임 이후 등장해 좌파 교육감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초·중·고교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좌파 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대로 혁신학교 운영 성과가 좋다면 학부모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2016년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의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9%로 전국 평균(4.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학생들은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 효과가 검증된 최선의 방법으로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학교 교육의 황금률이다. 국제인권협약에는 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혁신학교 전환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혁신학교로 신규 지정되면 일반 학교보다 연간 5000만원 이상 지원받는다. 혁신학교 공모에 신청하려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학부모나 교원의 50% 이상 동의를 얻으면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학부모 의견에 상관없이 교사들의 동의만으로 혁신학교 전환이 추진될 수 있는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출처 : 조선일보(2019. 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