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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군이니, 얌전히 집에 계시라고요?

 

권숙인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조선일보, 2021.03.09.)

 

       - 코로나 거리두기 방역 대책, 노인은 집에 방치하는 수준

       - 케이블TV 강연·노래교실 등 돌봄 플랫폼마련 시급하다

 

해외 유학 중이던 손녀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피난성 귀국을 했다. 간만에 찾아뵌 할아버지의 인사. “어떠냐?” 20대 손녀의 답. “망했어요, 할아버지!” 구순 가까운 할아버지가 말씀하신다. “괜찮아~. 그냥 1년 늦게 태어났다고 쳐~.”

 

코로나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일시적일 거라 생각했던 상황이 속절없이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20대 손녀는 인생을 바쁘게 일궈야 하는 시기를 유보하는 것에 마음이 조급하다. 이러다 정말 망해버리는 게 아닌가 우울하다. 그냥 1년 늦게 태어난 거로 생각하라는 할아버지의 즉답은 긴 세월 우여곡절의 인생을 살아본 데에서 나오는 지혜의 말이다. 많은 젊은이에게 보내는 진솔한 위로일 수 있다. 구순이 되기엔 좀 시간이 있는 우리도 안다. 인생을 좀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젊은 시절의 1년 정도야 긴 마라톤에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코로나 상황처럼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별수 없지 않은가, 좀 우회도 하고 템포도 늦출 수밖에.

 

반대로 노인들에겐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이미 사회적 관계가 많이 축소된 노인들에게 감염병으로 인한 추가적 거리 두기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순간 노인들은 고위험군이 되어 버렸고, 부모의 안전을 염려해 자녀들도 방문을 자제한다. 대신 택배 주문으로 식재료를 보내고 손주들 동영상을 더 열심히 카톡방에 올린다. 그러다 제 앞가림에 바빠 소홀해지기를 반복한다.

 

작년 추석에 이어 지난 설날도 비대면 명절이 되었다. 하루 종일 드라마를 섭렵해도 낮과 밤은 길고 지겹다. 단절과 고독의 시간이 장기화된다. 그러는 사이 제대로 작별할 기회도 주지 않고 평생 친구가 먼저 세상을 뜨기도 한다. 지역 경로당 7000여 개가 문을 닫고 사회 접촉이 차단된 노인들이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호소하는 기사도 눈에 띈다.

 

그러나 구순의 할아버지는 노는 우리는 괜찮다고 자신의 시간이 갖는 효용을 애써 부정한다.

최근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의 세 번째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핵심은 여전히 방역경제라는 두 가지 목표다. 모두 절실한 목표일 수밖에 없다. 개학 철을 맞아 학생들의 등교 대책도 뉴스에 자주 보인다. 일하는 부모를 위한 미취학 자녀의 돌봄 대책도 중요하다.

반면 고령자를 위한 대책은 특별히 주목받은 적이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지역’ ‘노인’ ‘코로나’ ‘대책을 키워드로 검색하니 방역 대책 외에는 나오는 기사가 없다. 방역 중심의 고령자 대책은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다. 얌전히 집에 계세요, 고위험군이시니.

 

노인들은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교류가 더 많이 필요함에도 감염에 대한 높은 취약성 때문에 가장 고립된 채로 작년 한 해를 보냈다. 방역과 안전이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을 중지시키고 관계를 단절시켜 버린 것이다. 이제 감염병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고령자를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지역 케이블 TV를 통한 교양 강의, 노래 교실, 체조 교실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동네 어르신들의 글이나 그림을 모아 문집이나 소식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노인을 위한 유튜브 콘텐츠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경로당의 무거운 자물쇠를 치우고 안전 준칙을 지키며 소규모 모임을 시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고령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지역사회에서 노인 돌봄 플랫폼 구축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무엇이 되었건 출발점은 고령자의 시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되어야 한다. 20대 손녀의 1년이 소중한 것 이상으로 할아버지의 1년도 그냥 망해버리게 놔둬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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