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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05:45

서예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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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의 효능

 

조용헌 교수(조선일보 2020.12.07.)

 

서예가들은 대체로 장수한다. 왜 장수하는가? 우선 선현들이 남겨 놓은 명구들을 반복해서 쓰다 보면 자동적으로 절제가 된다. 욕심도 줄이고 성질내는 것도 자제하게 되고 인간관계에서도 무리하지 않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절제가 되면 각종 사건 사고에도 덜 휘말리게 된다. 송사에 덜 휘말리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붓글씨를 쓰다 보면 정신 집중이 된다. 잡생각을 하면 필획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글씨 쓰는 동안에는 집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집중은 명상의 효과와도 같다. 서예를 쓰는 실력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좋다. 늙어서 돈 못 벌고 있을 때에도 자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글씨 선물하는 것도 격조가 있다. 각종 애경사에도 돈봉투 대신에 글씨를 선물할 수도 있다. 서예를 하면 또 하나 좋은 점이 냄새이다. 먹물 냄새가 집 안에 배어 있으면 이 또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 집 안에서 나는 냄새는 집마다 다르고, 묵향이 배어 있는 집을 방문할 때는 왠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샤넬 향수보다 묵향이 더 깊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룩하고자 했던 교양이 차(), 요가, 악기, 서예 4가지였다. 이 중에서 실천에 못 옮긴 것이 서예이다. 그 대신에 서예 전시회는 시간 날 때마다 가 본다. 마하 선주선(68) 선생의 예서 전시회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백악미술관은 서예가로 유명했던 일중 김충현 선생의 아드님이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한국 서예가들의 요람이기도 하다. 나는 일중 선생의 서체, 즉 예서(隷書) 글씨를 좋아한다. 미술관 지하층에 있는 국시집에 갈 때마다 액자에 걸려 있는 일중 선생 글씨를 수시로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볼 때마다 좋다 좋다하는 공감이 올라온다. 예서에서 왠지 점잖으면서도 담백한 기운을 느낀다. 힘 있는 글씨보다는 담백함이 더 와닿는다. 선주선의 이번 예서 글씨들은 그 담백함이 아주 잘 느껴지는 글씨들이다. 선주선은 어려서부터 글씨를 써 오다가 50세 무렵부터 글씨는 제쳐놓고 고서와 경전 공부에 몰두하였다. 글씨는 결국 심력(心力)이고 통찰력인데, 그 심력은 유··선의 경전에 대한 깊은 천착에서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시실의 1번 작품이 의상대사의 법성게이다. 법성게 가운데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구세 십세도 서로 섞이지만 혼잡스럽지 않고 각자 이뤄지노라)’ 구절을 필자는 인생 살면서 항상 생각한다. 고풍을 간직한 마지막 세대의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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