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전 위탁’ 제도화, 복지부 ‘아동학대 대응 방안’
최은경 기자(조선일보 2021.01.20.)
보건복지부가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마련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19일 발표했다. 복지부 방안에 따르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입양 아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입양 전 위탁’을 입양의 공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제도화하기로 했다. 현재 부모 의사에 따라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입양 전 위탁을 입양특례법상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예비 부모가 아동을 적절히 양육할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발언처럼 부모의 변심이나 아동에 대한 호불호로 입양을 취소하거나 아동을 교환하기 위한 게 아니란 뜻이다.
다만 입양 전 위탁 제도화는 과거 법무부도 “아동 쇼핑'을 조장한다”고 반대한 제도로 확인됐다. 2017년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이 이런 내용을 담아 발의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에 법무부는 “입양 아동이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양을 하지 않는 등 소위 ‘아동 쇼핑’을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홀트아동복지회·동방사회복지회도 “아동을 시험 대상으로 여기고 아동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대했다.
■ [만물상] 입양의 이유
김민철 논설위원(조선일보 2021.01.20.)
중견 작가 이혜경의 단편 ‘피아간(彼我間)’은 주인공 경은이 주위에 불임 사실을 숨긴 채 입양 신청을 해놓고 임신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경은은 원래 주말에 장애아 시설에서 봉사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속물적 근성에 냉소적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막상 입양을 신청할 때 ‘험한 일 겪은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해서 생겨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자신도 주위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프게 깨닫는다.
2년 전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장남 매덕스가 연세대에 입학한 것이 화제였다. 졸리는 전남편 브래드 피트와 사이에서 실로, 녹스, 비비안 등 세 자녀를 낳았지만 국적이 다른 3명의 자녀를 입양했다. 매덕스는 2000년 캄보디아, 팍스는 베트남, 자하라는 에티오피아에서 각각 입양한 아이들이다. 차인표·신애라 부부도 친아들이 있지만 딸 둘을 입양했다. 이 부부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로 입양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최재형 감사원장도 아내와 사이에 두 딸이 있지만 2000년과 2006년 작은아들과 큰아들을 차례로 입양했다. 최 원장은 2011년 법률신문 인터뷰에서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니다. 입양은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몇 마디 말에 입양이 무엇인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 대책으로 “입양을 취소하거나 마음이 안 맞으면 입양 아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무슨 반품하는 물건이냐” “정인이 사건의 본질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청와대는 대통령 머릿속에 아동 반품이란 의식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입양에 대해 모르거나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내 자식 키우는 것도 힘든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든다. 특히 장애아를 입양해 사랑으로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사람들이 천사가 아닐까 싶다. 2019년 우리나라에서 입양된 장애아동은 163명이었다. 이 중 3분의 2가 넘는 112명은 해외로 입양됐다. 어려운 처지의 아동을 입양해 돌보겠다는 비율이 국내보다 해외가 더 높다고 한다. 입양은 누구도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이 천사들에게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