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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공원처럼 온라인에도 공원이 필요하다

 

유현준 교수·건축가 (조선일보  2020.12.11)

 

    과거 수렵 채집의 시대에 인간은 숲속에서 사냥과 열매 채집으로 먹고살았다.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가 더워지자 숲이 사막으로 바뀌고 물이 부족해졌다. 사람들은 물을 구하려고 강가로 모여들었고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 했다. 먹고살기 위해 사냥 대신 농사라는 새로운 식량 조달 방식을 채택했다. 사냥꾼에서 농사꾼으로 바뀌는 엄청난 변화였다.

    농사를 지을 때에도 인간은 자연 속에서 일했다. 보리, , 밀의 저장이 가능해지면서 부의 축적이 시작되고 빈부격차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경제적, 정치적 계급이 만들어졌다. 부자는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일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자연을 원했다.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자연 속에서 진화를 해왔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는 대신, 집에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은 여유로운 자들이 자연을 접하는 방식이다.

   과거 수렵 채집과 농업 시대에 접했던 자연에 대한 노스탤지어로 만들어놓은 공간이 정원이다. 먹고살기 위함이 아니라 바라보고 즐기기 위해서 자연을 가꾸는 것은 여유가 많은 사람들만 가능했던 일이다. 바빌론 제국의 정복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자신의 부인을 위해 사막 한가운데 만든 공중정원은 이러한 과시의 대표적 사례다. 현대의 주택 마당 잔디밭도 과시를 위한 관상용 식물 가꾸기의 사례다.

 

자연에서 정원으로

 

   부자들만을 위한 정원의 시대 이후 다수의 시민을 위한 공원의 시대가 왔다. 도심 속 최초의 공원은 런던의 하이드파크다. 하이드파크가 위치한 땅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소유였다가, 헨리 8세의 사냥터로 사용되다가, 1637년 찰스 1세가 시민에게 개방하면서부터 공원이 되었다. 해상무역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 영국 귀족층 권력이 왕실 권력을 견제하는 수준까지 올라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강해진 귀족층은 1688년에는 왕의 권력을 귀족들이 견제할 수 있는 명예혁명도 성공시켰다.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량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산업혁명으로 노동 현장이 자연 속 토지에서 도심 속 공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에 영국인의 평균수명은 40세였다. 열악한 도시 환경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자 집의 수요가 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철골이나 철근콘크리트로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 집의 방을 여러 개로 나누어 사용하였다. 그러다 보니 창문 없는 방이 생겨났고, 채광과 환기가 나쁜 환경에서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연 속에서 일하던 사람이 오늘부터 공장에서 일하면서 비위생적인 도시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런 배경에서 도심 속에 자연을 도입하는 공원은 필수적이었다. 하이드파크는 석탄 매연에 뒤덮인 런던의 허파 구실을 했다. 이후로 보스턴에서는 보스턴 커먼'공원이 만들어졌고, 이어서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만들어졌다. 이후로는 대형 도시에서는 당연히 중앙공원이 있어야 한다는 통념이 만들어졌고, 그런 배경에서 우리나라 1세대 신도시 분당에도 중앙공원, 일산에는 호수공원이 만들어졌다. 

 

   인터넷 가상공간 속 공원의 필요

 

   현대사회에서 도시 속 공원은 소셜믹스의 장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하나 되었던 때는 2002년 월드컵 시청 앞 광장에서 응원 할 때다. 이처럼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공통의 추억을 만들고, 공통의 추억은 소셜믹스를 만든다. 공원은 현대사회에서 대표적으로 공짜로 머무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오프라인 공간만이 아니다. 현대인은 다른 사람들을 인터넷 SNS 공간에서 더 많이 만난다.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 공간 속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위챗, 틱톡 같은 앱들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다.

 

  문제는 이러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정보는 모두 알고리즘에 의해서 선택되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는 더 많은 광고주를 따내기 위한 SNS의 알고리즘이 인간관계와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SNS에 기반을 둔 관계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에 의해서 조종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SNS가 만드는 공간은 마치 산업혁명 초기의 도심 속의 유해한 환경과도 같다. 19세기 런던 공기의 유해함은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SNS의 유해성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한국과 미국 등의 사회에서 여과 없이 드러나는 사회 갈등은 SNS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확증편향이 만든 결과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확증편향을 막고 소셜믹스를 완성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최소한의 주거 환경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건축법규를 제정했고 소셜믹스를 만들 공원과 가로수와 벤치를 발명했다.

 

   21세기에는 정보화 혁명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 속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알고리즘 법규가 필요하다. 더불어서 공원, 가로수, 벤치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발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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