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비 늘렸는데 기초학력은 하락… 학부모 58% “전국 학력평가 부활해야”
곽수근 기자(조선일보 2021.09.24)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1인당 연간 공교육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0만원 가까이 높지만 기초학력 하락이 이어져 공교육의 비용 투입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학부모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표집(標集) 평가로 바뀐 성취도 평가를 이전처럼 전국 모든 학교에 시행해 기초학력 향상에 활용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교생 1인당 연간 공교육비(2018년 기준)는 1296만원으로 OECD 평균(968만원)보다 328만원 높았다.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085만원으로 OECD 평균(826만원)보다 259만원 높았다. 공교육비는 정부가 교육기관에 직접 지출한 총액, 가계·학생이 교육기관에 직접 지출한 총액, 기업이나 종교 단체 등 기타 민간에서 교육기관에 직접 지출한 총액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높다는 것은 공교육에 투자한 비용이 많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전년보다 72만원 늘었고, 중고생은 121만원 늘었다.
이처럼 공교육 투자는 늘고 있지만 기초학력은 떨어지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중학교 수학이 2017년 7.1%에서 2020년 13.4%로 2배 가까이로 늘었고, 고등학교 수학은 9.9%에서 13.5%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학교 국어는 2.6%에서 6.4%로, 중학교 영어는 3.2%에서 7.1%로, 고등학교 영어는 4.1%에서 8.6%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아졌다.
교육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시행해 지역·학교별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맞춤형 보충 지도를 할 수 있었는데, 2017년부터 전국 3%만 치르는 표집 평가로 바뀐 것을 학력 하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전국 모든 학교가 치렀던 표준화된 학력 진단이 사라져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확인하고 맞춤 지도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국회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9~15일 전국 초·중·고교 학부모 6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5%가 ‘국가 주도의 전국 단위 시험을 통한 학력 진단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15.3%)’는 응답보다 4배 가까이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의 58.1%는 ‘학부모들에게 학력 진단 실시를 요구하는 권리를 주는 것에 동의한다’고 했다. 학부모가 원하면 각 학교가 국가 성취도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달라는 요구다. 또 54.3%는 ‘전국 평가 결과를 학교별로 공개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했다. ‘교육 당국의 교육 정책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 저하 및 학력 격차가 발생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58%로 집계됐다.
정찬민 의원은 “학업 성취도 평가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표집 평가로 바뀌면서 지역별·학교별 학력 수준을 확인할 수 없게 됐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하락과 학력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며 “학부모들이 성취도 평가를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데는 공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족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