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설계사로부터 반도체 생산을 위탁받아 설계도 대로 위탁 생산만 해주는 업체
애플, 퀼컴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은 '라이벌' 삼성보다 오로지 위탁생산만하는 TSMC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설계와 생산으로 나눌 수 있다. 두 가지를 모두 하는 기업을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인텔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반면 특정 분야에 치중하는 업체들도 있다.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을 팹리스(Fabless)라고 한다. 미국 퀄컴·애플·AMD, 영국 ARM 등이 있다. 이 팹리스 업체에서 위탁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것이 ‘파운드리(foundry)’이다.
■ 대만 TSMC 일본과 손잡고 反中 연합 선봉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만 TSMC가 반중(反中) 미국·일본 연합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미·일 정부는 TSMC를 지원하면서 5G(5세대) 통신·인공지능·자율주행차·클라우드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굴기(堀起)의 싹을 자르겠다는 전략이다. TSMC는 미·일 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TSMC 중심 미·일·대만 연합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TSMC가 일본 도쿄 인근 쓰쿠바시에 200억엔(약 21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개발 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일본 정부와 최종 조율하고 있다”면서 “일본에 파운드리 라인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에서만 반도체를 생산해온 TSMC는 최근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12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첫 해외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이번에 일본에도 진출한 것이다. 인텔·애플·퀄컴 등 핵심 고객사가 몰려 있는 미국과 반도체 소재·장비 선진국인 일본에 각각 거점을 마련하면서 독주 체제를 굳히는 전략이다. TSMC는 올해 시설투자에 사상 최대인 30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닛케이는 “미국과 일본 정부는 대만 회사인 TSMC를 지원하면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TSMC 애리조나 공장에 대규모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고, 일본 경제산업성도 TSMC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약속하며 유치 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를 앞세운 미·일·대만 연합이 앞으로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TSMC는 지난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중국 수출이 72%나 급감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우군인 셈이다. 지난 6일 열린 미국·대만 고위급 경제 회담에는 TSMC와 미디어텍 등 대만 반도체 기업 임원 100여 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가 중국 기업의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기술과 인력 유출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 내 공장이 생긴 TSMC와의 협력이 강화되면 이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