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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생각나게 한 단양쑥부쟁이

김민철 논설위원(조선일보 만물상, 2021.10.15)

 

2003년 경남 양산시 천성산 아래 KTX 터널 공사를 할 때 승려 지율은 단식을 하며 환경 단체들과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습지에 사는 도롱뇽도 소송 원고에 넣었다. 습지가 없어져 도롱뇽이 살 수 없게 된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고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3년 전 이맘때 천성산에 오른 적이 있다. 도롱뇽은 이미 월동에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습지는 신발이 젖지 않게 조심해야 할 정도로 살아 있었다.

 

환경 단체들은 개발에 반대할 때 동식물을 상징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천성산 도롱뇽이 대표적이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 운동은 산양이 상징이다. 지구온난화는 얼음이 녹아 먹이를 찾지 못하는 북극곰을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징으로 사람들 감성에 호소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경우가 많다. 제주 해군 기지 반대 운동은 무생물인 구럼비 바위를 상징으로 내걸었다.

 

10여 년 전 4대강 사업 공사를 할 때는 멸종 위기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4대강 반대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단양쑥부쟁이는 쑥부쟁이 종류의 하나로, 충북 단양에서 경기 여주까지 남한강 변 모래땅에 주로 서식하는 꽃이다. 마침 요즘이 제철이다. 잎이 둥글거나 타원형인 다른 쑥부쟁이에 비해 가는 선형인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반대 때문에 공사를 중단했다가 단양쑥부쟁이 무리를 여주 강천섬으로 옮기고 나서야 재개할 수 있었다.

 

10년이 흐르는 사이 대체 서식지로 옮긴 단양쑥부쟁이는 세력이 시원치 않은 반면, 없어질 것이라던 여주보와 강천보 사이 남한강 변 일대 단양쑥부쟁이는 오히려 소규모 군락이 여러 개 생겼다고 한다. 단양군은 남한강 변과 도로가에 단양쑥부쟁이를 대량으로 심어 놓았는데 그게 잘 자라고 있다. 자연 훼손의 상징으로 삼은 식물이 곳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4대강 사업 당시 단양쑥부쟁이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 환경 단체의 주장이 과했다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애초에 천성산 도롱뇽처럼 아무 상관 없는 문제였을 수도 있다.

 

천성산 도롱뇽도 단양쑥부쟁이도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것들이다. 적절한 개발은 이런 소중한 환경을 더 잘 보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많은 학자의 견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의와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단양쑥부쟁이에서 보듯 자연의 자생력, 복원력도 만만치 않다. 보존만을 앞세워 국토 개발을 모조리 반대하는 환경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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