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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장악 후폭풍··인도·이란에도 위협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정치(조선일보 2021.08.16.)

 

               - 20년간 2조달러 쓴 미 철군 후 탈레반, 파죽지세로 카불 진입

              - 중·, 위구르·체첸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연계될까 촉각

              - 인도 등 주변국, 테러·난민 우려수니파 탈레반, 이란도 위협

 

파죽지세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까지 진격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권력 이양을 선언했다. 탈레반의 재집권이 눈앞에 있다. 미군 철군이 탈레반 공세에 기름을 부었다. 72일 미군은 바그람 기지를 떠났다. 아프간 정부에 사전 통보도 하지 않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어찌 보면 미국에 이번 철군은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개전 초 미국은 탈레반 정권을 쉽게 무너뜨렸다. 알카에다 거점도 파괴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전쟁 목표가 국가 건설로 바뀌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 다양한 종족과 종파, 난무하는 군벌, 외세에 대한 반감이 난마처럼 얽힌 아프가니스탄을 민주주의 세속 국가로 거듭나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혼돈 속에 탈레반은 되살아났고 전쟁은 하염없이 이어졌다. 20년 동안 미군 2440여명이 죽었고 약 22600억달러의 전비가 들었다. 결국 작년 2월 트럼프 정부는 협상을 위해 탈레반과 마주 앉았다. 미군과 나토 세계 열강 군대가 8만 병력의 탈레반 하나 없애지 못한 것이다.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은 8월 말 철군 완료를 못 박았다. 미국 내 여론도 지지하고 있다. 73%가 철군을 찬성했다. 반면 외교적 부담도 있다.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지옥도가 펼쳐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기치로 중국 압박에 나선 터다. 이 와중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버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매섭다. 실제로 상황은 악화일로다. 카불 주재 해외 공관과 외국인들은 비상 피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철군을 단행한 바이든의 구상은 무엇이었을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버려두고 빠져나오는 것이었을까?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거치면서 숱한 외교 경험을 가진 관록의 바이든이 그럴 리는 없다. 낙관과 비관, 두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낙관적 시나리오다. 탈레반의 목표는 뚜렷하다. 아프가니스탄 안에 이슬람 이념의 통치 체제를 구현하는 것이다. 글로벌 테러 확산을 추구하는 알카에다나 혁명의 수출을 국시로 하는 이란과는 다르다. 미국은 이 점에 천착해 조건을 걸었다. 테러 세력과 절연하고 권력 분점을 약속하면 미군도 철수하고 탈레반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외교와 개발을 군사력에 앞세우는 바이든의 대외 전략 기조와도 맞는다. 복안이 하나 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다. 탈레반은 사우디를 의식한다. 성지 관할권을 갖고 있는 실질적 이슬람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1996년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던 이슬람권 세 나라 (사우디, UAE, 파키스탄) 중 하나다. 사우디가 탈레반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성지순례 불허 또는 이슬람협력기구 가입을 막으면 정통성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탈레반은 폭력 수준을 낮추어 국제사회 눈치를 볼 것이고, 미국은 사우디를 통해 탈레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은 비현실적이다. 탈레반은 종교 이념에 편향된 외골수들이다. 외세 축출을 위해 20년 동안 총을 들었다. 순식간에 온건 정치 세력으로 변신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탈레반 내부 균열도 문제다. 일사불란한 위계 조직이 아니라 지역별 프랜차이즈 연대에 가깝다. 일부 지방 조직은 중앙 지도부 노선과 별개로 움직인다. 일부 조직의 폭력 행위는 이미 선을 넘고 있다. 더 우려할 점은 테러다. 다수 알카에다 출신들이 탈레반에 가입해 있다. 미군을 쫓아냈다는 선전전에 홀린 잠재적 테러 분자들이 탈레반을 동경하며 아프가니스탄으로 몰려들 수도 있다. 미국의 바람과는 달리 현 상황은 다소 비관적이다.

 

그렇다면 비관론 시나리오에 마주하는 바이든의 복안은 무엇일까? 내전이 일어나고, 탈레반의 폭력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해지면 미국은 다시 개입하는 걸까? 가능성은 낮다. 지금은 9·11 전후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이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위협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주변국을 먼저 타격하는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 주변국 이란, 인도 등이 다급해졌다. 아프간발 난민과 테러의 확산은 중앙아시아나 신장 지역의 뇌관이다.

특히 중국은 위구르 분리주의 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의 아프간 연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아프간 북부 접경 중앙아 3국을 급거 방문했을 뿐 아니라, 탈레반 대표단을 중국으로 초청하며 적극 관리에 나섰다.

이슬람 급진 세력의 체첸 연계를 우려하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접경 국가인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연합 군사 훈련을 가졌다. ·러 군사 공조도 눈에 띈다. 지난주 중국에서 개최된 중·러 대테러 합동군사훈련 서부 연합 2021’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시아파 이란 역시 수니파 근본주의 탈레반의 등장이 부담스럽다. 어떻게든 국경을 단단히 막아 위협 요인의 자국 유입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셈법은 간명하다. 탈레반이 미국의 구상대로 온건하게 따라주면 좋지만,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일단 한발 물러나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 이란, 인도 등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국과 나토가 20년간 낑낑거리며 눌러오던 부담을 주변국에 전가시키는 포석이다. 늘 미국의 역외 개입을 비판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미군의 아프간 철군만큼은 떨떠름하게 보는 이유다.

 

 

 

 

 

 

 

 

바이든은 현실주의자다. 참전보다 철군이 훨씬 어렵다지만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끊어내는 결단을 했다. 아프가니스탄을 버렸다는 국제사회의 손가락질도 감수할 태세다. 그러면서도 철군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이렇게 승자도 패자도 없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탈레반의 승리 아니냐고? 아니다. 그들의 집권을 두려워하며 국민들이 짐을 싸게 만든다면 결코 승자가 아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무력과 공포로 다스리는 정치 세력은 어떤 경우에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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