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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왕 솔로몬도 오만으로 무너졌다

 

기민석 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한국일보, 2021.1.6.)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신께 무엇을 구하겠는가? 최고의 군사력? 철저한 정적 타파? 국민들 신바람나는 경제 부흥? 솔로몬이 왕이 되자 신은 직접 그에게 물었다. 무엇을 갖고 싶은지. 이때 솔로몬의 대답은 하나님의 맘을 무척 흐뭇하게 했다. "주님의 종에게 지혜로운 마음을 주셔서, 주님의 백성을 재판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열왕기상 3:9). 솔로몬은 부와 명예가 아닌 지혜를 구하여 백성을 잘 인도하길 바랐던 겸손한 왕이었다.

    이렇게 예뻤던 솔로몬에게, 하나님은 나중에 매서운 심판을 선고한다. "네가 사는 날 동안에는, 네 아버지 다윗을 보아서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네 아들 대에 이르러서는, 내가 이 나라를 갈라놓겠다."(11:12). 결국 솔로몬 이후 나라는 둘로 갈라지고 만다. 지혜를 구했던 순수한 솔로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말로 그는 하늘이 내린 지혜로 나라를 이끌었다. '평화'를 의미하는 그의 이름처럼, 솔로몬은 주변 나라들과 분쟁이 있을 때 전쟁을 피하고 외교술로 해결했다. 그의 군사력은 최고로 막강했지만,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전쟁을 치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모두 수비 강화를 위해 존재했다. 태평성대를 이끌며 지혜의 왕답게 찬란한 문예부흥을 이끌었다. 추측건대 왕국에 마치 집현전과 같은 학술기구를 두어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 전통을 연구하고 전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지혜 문집인 잠언도 그렇게 탄생했다.

    이렇게 예쁜 솔로몬에게 하나님은 주지 못할 것이 없었다. 부와 명예보다도 지혜를 구한 솔로몬에게 하나님은 덤으로 이런 약속도 했다. "네가 달라고 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화도 모두 너에게 주겠다. 네 일생 동안, 왕 가운데서 너와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3:13). 먼 훗날 예수께서 솔로몬의 부귀영화를 직접 언급할 정도였다. "온갖 영화로 차려 입은 솔로몬도 이 꽃 하나와 같이 잘 입지는 못하였다."(마태복음 6:29).

 

   첫 마음을 끝까지 지키는 것은 늘 어려운가 보다. 국민에게 덕정을 하겠다던 솔로몬이 학정을 가했다. 특히 고질적으로 내려오던 나라의 지역갈등을 하늘의 지혜로 완화하기는커녕 고약하게 더 악화시켰다.

   솔로몬의 국제적인 명성이 유지되기 위해, 백성들이 피와 땀을 흠뻑 흘려야 했다. 특히 많은 건축을 위해 백성들의 노역이 동원되었다(열왕기상 9:15). 그런데 노역과 세금을 거두면서 솔로몬은 지나칠 정도로 편향된 친유다 정책을 벌였다. 남쪽에 있는 유다는 선왕 다윗의 고향이며 그 권력의 기반이었던 것이다. 반면 그 집안의 정적이던 북쪽 이스라엘은 불공평하고 고된 징수를 당해야했다. 전국을 12행정 구역으로 나누어 한 달씩 왕실 재정을 부담하게 하였는데, 자기 세력인 남쪽은 단 한 곳만 부담하도록 조직한 것이다(4). 이 천인공노할 부당 정책에 하늘이 가만있지 않았다. 예언자 아히야를 보내어 나라 분열이 선포되고, 나라는 지역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둘로 갈라지고 만다. 늘 그렇듯이 조직의 지도자가 못하면 늘 약자가 피해를 입는다. 남북이 갈리면서 국민들은 서로 왕래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흔한 일이지만, 권력에 취하면 타락한다. 성경은 대놓고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솔로몬 왕은 외국 여자들을 좋아하였다. 자그마치 700명의 후궁과 300명의 첩을 두었는데, 그 아내들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11:1-3). 그 여자들에게 꾀여 하나님 말고 다른 신들을 섬기기 시작했다.

 

   또 흔한 일이지만, 권력에 취하면 교만하여 국민을 우습게 안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니 위와 같이 불공정한 위정을 자행한다. 패거리 정치에 부끄럼을 모른다. 솔로몬의 이런 교만도 성경은 숨기지 않고 지적했다. 솔로몬이 처음 지혜를 구할 때, 이런 예쁜 말을 했었다. "주님의 종은, 주님께서 선택하신 백성, 곧 그 수를 셀 수도 없고 계산을 할 수도 없을 만큼 큰 백성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3:8). 솔로몬은 왕이 되었지만 자신을 많은 백성 가운데 하나로 여겼던 겸손한 왕이었다.

   그런데 국민의 하나일 뿐이라던 겸손이, 국민을 우습게 아는 교만으로 썩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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