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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가 어때서시니어, 다시 소비 주도계층으로

 

하미리 객원기자(조선일보, 2020.04.03.)

    - 활짝 피는 일본의 고령 비즈니스

   지난해 7월 핀란드에서는 고령사회를 논의하는 실버경제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IMF 총재(현 유럽중앙은행 총재)"고령사회의 무수한 비즈니스 기회를 잘 살리면 높은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는 일본 사회의 현주소이자 미래다. 일본 내각부는 2065년이 되면 일본 인구 2.6명당 1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1800조엔(2600조원)에 이르는 일본인들의 개인 금융자산 중 절반은 50세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AEON)의 오카다 모토야 회장은 "사람은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들면서 개인차가 커지기 시작한다"면서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독특한 사업 모델로 고령사회에서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돌풍 일으킨 시니어 잡지 '하루메쿠

   서점 판매 일절 없이 정기 구독만으로 월평균 20만부 이상을 파는 잡지가 있다. 50세 이상 고령 여성층을 공략한 시니어 잡지 '하루메쿠(halmek)'.

   하루메쿠의 1년 정기구독료는 6960(78000)으로 평균 독자 연령은 65세다. 하루메쿠는 지난해 상반기 여성잡지 부문에서 평균 판매 부수 1위에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 하루메쿠는 일본어로 '봄다워지다'라는 의미로 고령층의 삶을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담았다.

   하루메쿠의 콘텐츠 1순위는 고민과 불안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평균 30년 이상 남은 일상을 보내면서 예상치 못한 많은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하루메쿠는 배우자 사망 후 유족연금 산출 방법, 스마트폰 사용 방법과 미용 등 다양한 주제로 눈높이 콘텐츠를 만들어 고령층을 공략했다.

    20182월호의 스마트폰 사용법 특집은 깨알 같은 스마트폰 설명서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 쉽게 풀어 쓴 기사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화면이 갑자기 회전한다"거나 "화면 밝기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등 독자들이 번거로워하는 기본 조작 방법을 중심으로 독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방법으로 기사를 풀어 썼다. 이 특집을 기점으로 하루메쿠 신규 독자는 35000여 명이 늘었다.

   "독자가 만족하는 기사를 최우선한다"는 하루메쿠의 편집 목표다. 20~50대로 구성된 하루메쿠 편집진 12명이 매주 독자가 선물 증정용 엽서에 적어 보내는 사연을 빠짐없이 읽는다. 다루고 싶은 주제가 좁혀지면 '하루토모'라 불리는 독자모니터단 2000여 명에게 하루메쿠가 역으로 질문을 던져 기사 기획을 완성한다.

    또 매월 잡지가 발간된 후에는 1000여통의 설문조사지를 보내 어떤 기사에 관심이 높았는지 평가하고 다음 기획에 반영하고 있다. 야마오카 아사코 편집장은 "비현실적인 꿈과 환상을 보여주기보다 철저히 일상생활 속 시선에 머무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층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짚어 보여줘야 그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루메쿠는 본업인 잡지 판매보다 부업에서 얻는 수익이 더 많다. 지난해 매출 1062200만엔(1192억원) 중 약 80% 이상이 카탈로그나 인터넷 판매 수익에서 나왔다.

    하루메쿠는 매월 구독자에게 잡지와 함께 다양한 상품을 실은 카탈로그를 별도로 보내준다. 독자들은 하루메쿠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판매 제품의 약 70%는 하루메쿠가 직접 개발한 오리지널 상품이다.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해 가격도 낮췄다.   2017년 내놓은 각종 고지서 등 서류를 정리하는 바퀴 달린 수납용 서랍은 6000개가 넘게 팔렸는데 하루메쿠 편집진이 독자의 집을 방문한 뒤 힌트를 얻었다.

    하루메쿠는 제품 판매에서 얻은 수익을 잡지 제작에 재투자하는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의 미야자와 다카오 사장은 "잡지는 열정 고객을 끌어들이는 유치 수단이고 수익은 카탈로그·인터넷 판매에서 얻는다"는 경영 비전을 내세웠다.

    100세 화장품 판매원 맹활약

   고령층 직원을 현장 주역으로 적극 활용하는 파격을 도입한 기업도 있다. 올해 100세인 후쿠하라 기쿠에씨는 일본의 4대 화장품 브랜드 폴라 오르비스(Pola Orbis)의 현역 판매원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9월 후쿠하라씨는 '최고령 미용판매원(beauty advisor)'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올랐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판매 직종에 근무하는 직원 41000여 명 중 45%50대다. 직영점 오너와 판매원 가운데 80대가 약 2600명이나 되고 90대도 무려 300명이다. 이들은 주로 단가가 높은 시니어 대상 제품을 판매한다. 폴라오르비스의 요코테 요시카즈 전 사장은 "고령층 고객은 같은 세대 미용원들이 접객하면 대화가 무르익고 상담하기 편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도쿄 고가네이시에서 폴라오르비스 직영점을 운영하는 84세의 미쓰보시 레이코씨는 12명의 판매원을 거느린 현역 오너다. 미쓰보시씨가 운영하는 직영점은 80여 명의 단골을 거느리고 있는데, 미쓰보시씨는 여전히 하루 1~2건 영업을 돌며 판매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폴라오르비스에 따르면 이 직영점의 평균 매출은 다른 직영점의 7배 수준이라고 한다.

   폴라오르비스는 고용 제도도 유연하게 바꿨다. 정년퇴직 후 고용계약을 다시 맺는 재고용 제도까지 도입해 근무연령 제한을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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