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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5 03:39

스승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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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말씀

서정홍 농부 시인(경향신문 2022.04.25.)

 

이놈들아,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어깨 힘 빼고 살아야 혀. 어깨 힘 들어간 놈치고 인간 같은 놈 하나 없어. 돈깨나 있고 권력을 쥐고 있는 놈들 어깨를 가만히 봐. 장관이고 판검사고 어깨 뻣뻣해지면 볼 장 다 본 게야. 그런 막돼먹은 놈하고는 상종을 하지 말아.

 

어디로 가든 사이비가 많아. 어떻게 가려내느냐고? 둘레를 자세히 살펴보면 천지삐까리야. 부모 재산 물려받아 일하지 않고도 우쭐우쭐 떵떵거리며 사는 놈 있지. 이런 놈은 부모형제도 이웃도 모르는 망나니야. 사람 안 될 놈이지. 돈 귀한 줄 알아야 사람 귀한 줄 아는 법이거든. 그리고 누굴 만나기만 하면 가르치려 드는 놈 있지. 이런 놈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아. 어디로 가든 잘난 척하고, 고지식한 태도로 상대를 얕잡아 본다 말이야.

사이비 가운데서도 번지르르 말만 잘하는 놈 있어. 그런 놈을 ‘1급 사이비라고 하지. 입만 열었다 하면 하나님, 부처님을 거들먹거리거나 법과 정의를 내세우며 핏대를 올리거든. 이런 사이비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단 하루도 땀 흘리며 일하지 않아. 기생충처럼 남의 덕으로 온갖 편리함을 다 누리고 살면서도 제 놈이 잘나고 똑똑해서 그런 줄 알아.

아무튼 속보다 겉을 우러러보고 잘난 척 우쭐거리며 돌아다니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고 온갖 핑계를 다 둘러대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누가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으면서 나밖에 모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리는 광고를 날마다 쏟아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그 광고에 속아 생각도 없이 사재기를 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냉장고에 음식을 잔뜩 집어넣고 그 음식이 상하는 줄도 모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땅을 빌려 주고 돈을 받거나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고파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집세를 받아먹고 사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빠르게 높게 편리하게 살겠다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자식들한테 가난한 이들과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살라 가르치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해서 편안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몇천 년 살 것처럼 두 눈 빨개지도록 탐욕스러운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핵무기를 만들어놓고 다 같이 죽자고 설쳐대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 그러고도 그런 줄도 모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는 거 맞지?

가난한 부모를 만난 청년들은 날이 갈수록 포기하고 살아야 할 게 늘어난다 하잖아. 그래서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 , 희망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어 ‘7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하잖아. 가난한 청년들은 한평생 안 먹고 벌어도 편히 누울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데 무슨 재미로 살 수 있겠느냐고.

 

농부인 자네들은, 자연과 사람을 살린다며 농약과 화학비료도 안 쓰고 비닐조차 쓰지 않고 유기농업을 해서 남은 게 뭔가? 골병만 남았잖아. 남의 자식이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부가 되려고 하면 좋아하지만, 자기 자식이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부가 되려고 하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리는 사람이 어디 한두 사람뿐이겠는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은데, ‘를 바꾸려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으니 안타깝고 슬픈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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