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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둘째보다 똑똑하다? 선천적 특성이 아닌 돌봄 시간의 차이였네요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김도형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조선일보. 2020.10.12.)

 

   ‘형만 한 아우 없다는 흔히 듣는 속담이다. 언뜻 유교적 가치관을 은연중 드러내는 시대착오적 속설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출생 순서가 빠를수록 지능이 높다는 관찰은 유교와 무관한 서구 사회에서도 뿌리 깊다. ‘평균으로의 회귀로 잘 알려진 영국 프랜시스 골턴 경(Sir Francis Galton)이 장자일수록 더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 경향이 있음을 처음 보고한 것은 150년 전이다.

 

이른바 출생 순서 효과(birth-order effects)’는 체계적이다. 가구 안에서 첫째가 둘째보다, 둘째가 셋째보다 평균적으로 지능이 높다는 것이다. 스웨덴 모집단에 기초한 최근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지능과 별개로 출생 순서가 앞설수록 리더십, 책임감, 정서적 안정 등도 높았다. 이러한 패턴은 현대에도 지속적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러한 효과가 관찰되는 이유다. 다양한 가설이 제시된 가운데 생물학적(선천적) 요인과 사회적(후천적) 요인 중 어느 쪽이 더 지배적인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 중요했는데, 노르웨이 연구자들이 흥미로운 연구 설계를 통해 논란을 잠재웠다.

 

   이들은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과거엔 첫째, 둘째가 모두 조기 사망한 셋째의 경우에 여느 첫째와 다름없이 성장했으리란 사실에 주목했다. 비교할 대상자가 충분히 많다면, 생물학적 출생 순서 효과와 사회적 출생 순서 효과를 자료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67~1976년에 태어난 노르웨이 남성의 대규모 징집 자료를 토대로 연구했더니 첫째가 사망한 둘째(즉 사회적 첫째), 첫째와 둘째가 사망한 셋째(역시 사회적 첫째)의 경우 생물학적 첫째와 지능에 차이가 없음을 발견했다. 결국 출생 순서 효과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출생 순서에 따른 발달의 차이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출생 순서에 따른 가구 내 자원 배분, 특히 주()양육자가 제공하는 돌봄 시간의 차이이다.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주양육자의 시간을 독차지한다. 공평한 부모를 둔 경우, 둘째가 부모와 보내는 시간은 첫째의 절반일 수밖에 없다. 셋째는 더 적어진다. 이러한 설명은 양육자와 보내는 시간의 양과 질이 두뇌 성장이 집중되는 영아기에 특히 중요하다는 아동 발달 연구 결과와도 잘 연결된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육아휴직 통계가 공개됐다.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자는 팬데믹 등으로 지난해보다 34%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용자가 여전히 대기업과 공무원에 편중돼 사회 전반에 정착했다고 보긴 어렵다. 출생 순서 효과는 부모와의 시간이 영아에게 희소하고 귀중한 자원임을 시사한다. 육아휴직 확산의 사회적 편익은 부모의 일·가정 양립에 그치지 않고, 더 건강한 아이들을 키워내는 효과를 포함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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