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힘이 성공 열쇠"… 한국 사회는 지금 기·승·전·자기 효능감 시대
- 과거보다 중요해진 '심리 자산' -
남정미 기자 (조선일보, 2020.6.13.)
비밀 하나. 당신이 다이어트에 실패한 건, 식이 조절을 못 해서도 운동량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캐나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에 따르면 '자기 효능감'이 부족했기 때문.
자기 효능감은 반두라가 1977년 창안한 심리학 용어로,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마음을 뜻한다. 반두라에 따르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선,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게 먼저다. 밥 반 공기를 덜 먹는 게 아니라, 밥 1숟갈만 덜기. 스쿼트 10개 말고, 1개 하기. 계단 10층 오르는 대신 1층 오르기. 이렇게 작은 목표 하나라도 설정하고, 성취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성취가 쌓이면 자기 효능감이 올라가 자연스레 스쿼트 10개 같은 더 높은 목표에도 도전하고 성공하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기 효능감'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대구 신천지에서 대량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당시 20대가 전체 확진자의 약 30%(3월 2일 0시기준)로 가장 많았다. 20대 신천지 신도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신천지 신도 중 20대가 많은 이유를 두고 '자기 효능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사회에서 여러 실패를 겪고 자존감이 크게 떨어진 20대에게 신천지는 '당신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자기 효능감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최근 육아 콘텐츠의 핵심도 '자기 효능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온라인 육아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그로잉맘 이다랑 대표는 "시류에 따라 부모님들이 관심 있어 하는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지금은 자기 효능감·자존감처럼 아이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했다.
실제 지난 6월 첫째 주 가정·육아 베스트셀러 1·2·3위가 모두 아이들의 감정 교육과 관련된 책이었다.
이 대표는 "요즘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나처럼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이런 관심이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법, 자기 효능감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국·영·수를 가르치는 학원에서도 '자기 효능감'을 내세우는 곳이 많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A 수학학원은 "딱 한 과목만 정해서 시험을 준비하고 성적에 변화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학습 부분에서 자기 효능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아보는 심리검사도 따로 있다.
상담심리학자인 건국대 교육학과 이항심 교수는 '자기 효능감' 열풍에 대해 과거와 달리 '심리 자산'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경제적 자산, 사회적 자산(누구를 아느냐), 지적 자산(교육) 등이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이런 풍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심한 외부 변화로 인해 불안한 상황에서는 '자기 효능감'처럼 심리 자산이 높은 사람이 일을 잘 해내거나 성공을 만들어 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요즘 시대에는 주변을 돌아보면 경제적 자산 없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마음가짐이나 내면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실제 이 교수가 토스 이승건 대표, 스타일셰어 윤자영 대표 등 12명의 스타트업계 혁신 리더를 심층 인터뷰해 보니 그랬다. 이 교수는 이들의 공통적 심리자산을 7가지로 분석한 책(시그니처)을 냈다. 그중 한 가지가 '자기 효능감'이다.
그렇다면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크게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목표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잘게 나누는 것이다. 작은 성공이 쌓여서 효능감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둘째, 좋은 롤모델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다. 나와 학력·성별·배경 등이 비슷한 사람이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걸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을 통해 롤모델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은 내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 지지해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이다.
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금물이다. 자기 효능감은 자기가 쌓아온 작은 성공들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것. 작은 성공(근거) 없이 지나치게 자신을 믿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2/20200612033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