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켰다, 비접촉 센서 개발
유지한 기자(조선일보, 2020.05.14.)
- 땀·호흡에 반응하는 습도 센서/ 전자통신硏 개발, 감도 660배
접촉을 하지 않아도 습도를 민감하게 감지해 작동하는 센서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상용화되면 전염 우려로 사물 접촉을 꺼리는 '언택트' 코로나 시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비접촉 센서를 적용한 엘리베이터 버튼. 습도를 민감하게 감지해 손으로 누르지 않아도 엘리베이터가 작동한다.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신소재 이황화몰리브덴(MoS₂)을 이용해 기존보다 감도(感度)가 660배 뛰어난 비접촉 방식의 습도 센서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습도 센서는 습도에 따라 전기 신호 출력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센서이다.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학술지 'AMI'에 실렸다.
연구진은 습도 센서의 감도를 높여 사람의 땀이나 호흡 등에 포함된 극미량의 수분에도 반응할 수 있는 비접촉 센서를 개발했다. 다른 물질보다 감도가 더 좋은 이황화몰리브덴을 이용해 벌집 모양 센서를 만든 게 핵심이다. 연구진은 "벌집 구조는 수분을 감지할 수 있는 표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기존 상용 센서보다 감도가 660배 이상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감지 시간도 0.5초로 기존 센서의 감지 시간(5~6초)보다 최대 12배 빠르다.
연구진은 가로 5㎜, 세로 5㎜ 크기의 비접촉 센서 시제품을 개발해 시연한 결과 1㎝ 떨어진 거리에 손가락을 가져가도 습도를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도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이 기술은 우선 디지털 헬스케어나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센서를 피부에 붙여 운동 전후 땀의 양 변화, 운동 강도에 따른 호흡량을 측정하거나 공기청정기의 습도 감지 기능에 적용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출입문, 엘리베이터 버튼 등 지금까지 접촉해야 작동하는 생활용품에 적용할 수 있다. 코로나 확산 예방에 테크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최춘기 ETRI 박사는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며 바로 기술 이전이 가능해 2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접촉식 센서 기술이 국민 생활에 편의를 더하는 동시에 공중 보건 위생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3/20200513044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