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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팀원과 센세대 부장 사이혼자 야근하는 낀세대 팀장의 한숨

 

변희원 기자(조선일보, 2020.04.04.)

 

     - 눌리고 치이고 낀세대 아우성, 팀장 고민 털어놓는 클럽

     - 팀장 수난시대 반영 3개월만에 6000명 가입유튜브 드라마도 인기

     - 팀원들 워라밸 챙겨야

     - 신세대, 개인주의 중시팀장 마음에 안 들면 익명 게시판서 비판

      - 조직 소통의 가교 역할, 신세대 생각 이해하고 기성세대 가치 전달조직 변화 주도할 수도

 

   지난해 말 외국계 기업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서혜정(35). 동기 중 가장 먼저 팀장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 보고서 제출 전날이면 혼자 야근을 한다. 첫 보고서 제출 때 "저녁 먹고 계속하자"고 말하려다가 팀원 다섯이 숨을 죽이고 자신의 지시를 기다리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서씨는 결국 "내가 마무리할 테니 다들 집에 가라"고 말했다. 서씨는 "팀원 시절, 보고서 내기 전날 반강제적으로 야근을 해야 하는 게 싫었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그걸 강요할 수가 없었다. 요즘 20대에게 그렇게 중요한 '워라밸'을 망쳤다간 얼마나 욕을 먹겠나"라고 했다. "보고나 실적 평가 때 부장이랑 임원 눈치 봐야 하는 건 팀장이 되는 순간 각오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거의 매일같이 팀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건 제가 그리던 팀장의 모습이 아니었죠.“

 

   팀장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네이버에 지난 1월 팀장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팀장 클럽'이란 카페가 개설된 지 3개월 만에 회원이 6000명을 넘었다. 비슷한 시기 유튜브에 '낀대'라는 웹드라마가 나와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부장과 신입 사이에 끼여 있는 팀장이다.

    최근 '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면서 일하는 법'(이하 '80년생 김 팀장')이 출간됐다. 90년생 팀원들과 일하기 어려워하는 80년생 팀장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팀원일 때는 팀장으로 승진하는 게 목표였는데, 막상 해보니 현실은 다르단다. 왜 팀장 수난시대가 됐을까?

 

    센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끼였다, 낀세대의 비애

    '어린 팀원과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밀레니얼 세대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면?‘

 

   팀장 클럽의 자유게시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질문은 업무 요령이나 인사 고과에 관한 것이 아니다. 다른 연령대나 세대와의 갈등을 주로 고민하고 있다. 지금의 팀장이나 중간관리자가 소위 '센세대''신세대' 사이의 '낀세대'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기업에서 팀장을 하는 이들은 최소 경력 10년 차 이상이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출생자가 팀장에 해당한다. 세대를 구분 짓는 표현이 많지만 유독 이 세대를 대표할 만한 마땅한 단어가 없다. 베이비부머와 586세대를 이어 70년대에 태어난 X세대는 '자신의 개성과 생각을 당당하게 드러낸 세대'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각각의 특징은 다르지만 상명하복이나 충성심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온 '센세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달 1월 출간된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에 따르면 센세대는 단체 행동을 좋아하고 야망이 크다.

 

   센세대 다음은 요즘 신세대인 '밀레니얼'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정의는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출생자이다. (Pew)리서치의 기준으로는 1981년부터 1997년까지 출생자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나 애틀랜틱, 뉴욕매거진 등에서는 80년대 초중반생과 8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을 같은 세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980년대 초중반생을 '올드 밀레니얼'로 분류하고 있다. 밀레니얼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들은 포스트 X세대로 불리기도 했다. X세대와 밀레니얼 사이에 끼여 있는 이 이름 없는 세대를 최근 '낀세대''낀대'라고 부른다. 지금의 팀장들 연령대가 여기에 걸려 있다.

 

   선배한테 눌리고, 후배한테 밀리는 '공포 세대

   낀대는 회사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바라는 베이비부머나 586세대, 자신의 주장이 강한 X세대 아래에서 사회생활을 배우기 시작했다. 중간관리자가 됐을 때쯤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이하 MZ세대)가 회사 후배로 들어왔다.

    낀대는 MZ세대처럼 합리적인 일 처리와 개인주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베이비부머·X세대처럼 회사와 윗사람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생각도 강하다. 심리학자 김태형이 저서 '트라우마 한국 사회'에서 "80년생은 '공포'세대다"라고 했을 정도로 이들은 '순응하는 것'에 익숙하다.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눈치를 보면서 양쪽에 순응하려고 하다 보니 중간관리자로서 낀대의 입지가 모호해질 때가 많다.

 

  중견기업 팀장인 박모(38)씨는 지난해 말 사내 회식에서 임원에게 외모 평가를 받은 팀원이 임원을 성희롱으로 회사에 신고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소신대로라면 팀원을 지지하는 게 맞지만, 그 정도 발언은 도가 넘지 않았다고 보는 회사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임원에게 따로 이야기할 테니 신고하지 말라고 팀원에게 빌다시피 했다. 그다음부터 팀원들이 나를 대하는 게 차갑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선배들은 '까라면 까' 세대에 가깝죠. 저희만 해도 거기에 반발심을 가지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최근에 입사한 후배들은 맘에 안 들고 부당하다 싶은 게 있으면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거나 아예 회사를 그만두기도 해서 당황이 됩니다. 권위적이고 강한 선배에게 꼼짝 못 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펼치는 후배들한테는 밀리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네요.“

   아날로그 시절 팀장한텐 없었다SNS, 익명 게시판

   대기업에서 팀장으로 4년째 근무 중인 고모(41)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팀원의 비공개 계정을 발견하고 친구 신청을 했지만, 끝내 수락을 받지 못했다. 내심 섭섭했지만, 업무와 관련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최근 다른 팀에 있는 동기에게서 "후배를 좀 살살 다뤄라. 너희 팀원이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팀장에게 억울하게 혼나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는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그는 "팀원이 팀장인 나에게 SNS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단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팀장에 대한 얘기를 쓰기 위해서라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또 그런 글을 올려서 회사 사람들이 보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고 했다.

   요즘 팀장이 힘든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예전에는 팀장에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팀원이 모여 욕하는 게 다였다면, 지금은 그 이야기가 SNS, 블라인드, 사내 익명 게시판, 단톡방 등에서 공개된다. 블라인드는 직장인이 사내(社內) 이야기를 익명으로 올릴 수 있는 앱이다. 직장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웹드라마로 만든 '낀대'에서는 후배들이 '블라인드'에 올린 '뒷담화'를 신경 쓰느라 회의 방식을 바꾸고 야근을 도맡아 하는 팀장이 나온다. 물류회사 팀장인 최모(43)씨는 "게시물의 절반 정도가 팀장이나 팀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내용이 곧 사내 평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익명으로 등장한 팀장이 혹시 제가 아닐까 싶어서 저의 행동을 복기해보곤 해요. 혹시 제 얘기 같으면 팀원 중 누가 썼는지 궁금해서 잠을 설칠 지경이에요.“

   낀대의 처지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전화위복

   팀장이 낀대라서 불쌍한가? 그렇지 않다. '80년생 김팀장'의 저자 김범준씨는 "책을 쓰면서 90년생을 인터뷰해보니 이들은 기성세대의 강점을 충분히 알고 있고, 이를 배우고 싶어 한다"고 했다. 낀대가 MZ세대에게 겁을 먹거나 이들이 자신을 싫어할 거라고 단정할 필요가 없단 얘기다. 낀대는 중간관리자로 센세대와 신세대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조직을 바꿔나갈 수도 있다. 김씨는 "90년생이 쓰는 신조어나 줄임말 같은 걸 배우는 게 소통이 아니다. 이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기성세대 가치를 전달할 화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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