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학교들 “오징어게임 지나치게 폭력적… 따라하면 징계”
- 전세계서 흥행돌풍 부작용 우려… 美·英, 청소년 시청제한 권고
- “드라마 따라하면 징계하겠다” 앰네스티, 8가지 인권침해 지적
김수경 기자(조선일보 2021.10.10.)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자 각국에서 드라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NN 인도네시아판은 9일(현지 시각)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린 ‘오징어 게임 속 인권침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소개했다. ‘오징어 게임’의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생명권과 노동권 등 8가지 인권침해가 목격된다는 것이다. 엠네스티는 “드라마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장 분명하게 침해된 권리는 생명권”이라며 게임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대해 “태어날 때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기초적인 권리 중 하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인공이 실직한 것에 대해서는 “노동권 침해”, 극 중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가 임금 차별·노동 착취를 당하는 데 대해서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부모가 자녀들의 오징어 게임 시청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잔인한 게임을 따라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켄트 지방의 샌다운 초등학교에서는 드라마 속 폭력적 장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나이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를 시청하면 위험하다’는 내용을 수업 시간에 가르치기 시작했다. 인근 굿윈 중학교에서는 자녀들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지 말도록 감독해야 한다는 학부모 통신문을 두 차례 보냈다. 영국 북동부의 존 브램스턴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운동장에서 서로 총을 쏘는 척을 하고 놀아 우려된다”며 “드라마 속 행동을 따라 하는 학생은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벨기에 한 학교는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들이 ‘오징어 게임’에 나온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보고 비슷한 형식의 서양 전통 놀이 ‘1, 2, 3, 태양(Soleil)’에서 진 사람을 때리는 식으로 룰을 변형했다”며 “우리는 불건전하고 위험한 놀이가 중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알렸다. 극 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서 진 사람은 탈락하고 즉시 사망한다. 미국의 미디어감시단체인 부모텔레비전비디어위원회(PTC) 관계자는 지난 6일 오징어 게임에 대해 “믿기 어려울 만큼 폭력적”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