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없는 전쟁 않겠다”… 동맹에 던진 ‘美 경고’
바이든,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첫 대국민 연설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문화일보 2021.8.17.)
“아프간전 종료 후회하지 않아, 美 임무는 美에 대한 테러 저지, 미국인 공격 땐 파괴적인 대응”
‘국익우선 동맹주의’ 원칙 제시, ‘인권 대통령’ 위상에는 큰 타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무장반군 탈레반의 카불 함락 및 정권 재장악 이후 처음으로 한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임무는 국가건설이 아닌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막는 것”이라면서 “국익 없는 전쟁에 계속 머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자유·인권을 기조로 내걸고 동맹 회복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로는 냉엄한 현실 인식 속 ‘국익 우선 동맹’에 기반을 둔 대외정책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한국 등 동맹국에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경고를 던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우리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니었다. 유일하고 중요한 국가적 관심사는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공격을 막는 것”이라며 “나는 내 결정을 지지한다. 지난 한 주 동안 전개된 사태는 아프간에 대한 미군 개입을 중단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는 믿음을 더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고 수도 카불을 비롯한 아프간 전역의 통제권이 탈레반에 넘어간 이후 첫 반응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은 아프간군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싸워서도, 죽어서도 안 된다”며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 갈등 속에 무기한 머물며 싸우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 안정을 위해 수십억 달러 자원과 관심을 계속 쏟아붓는 것을 바랄 것”이라며 아프간에서 인력·자원을 소모하는 대신 중국 등과 전략적 경쟁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협의체),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다자 포위망 완성에 집중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을 향해 “그들이 우리 인원을 공격하거나 작전을 방해한다면 파괴적 무력으로 국민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러 위협은 아프간을 훨씬 넘어 확산했다”고 말해 테러단체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