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왜 원격진료 못하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조선일보 2021.06.07.)
- 진료실 밖 의료행위 법적 근거 없어… 의사들 처벌받을 수도
한국서 원격의료가 안 되는 이유는 의료법에서 사실상 원격의료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함부로 원격진료에 나섰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현재 이뤄지는 전화 처방과 상담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일시적으로 허용됐을 뿐이다.
의료법 33조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은 ‘의료 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문 진료나 가정 간호 사업, 길거리 응급 환자 처치 등 특수한 경우만 예외로 둔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의사가 병원 전산 시스템에 접속해 환자 정보와 영상 자료 등을 다 볼 수 있다. 그래서 해외 학회에 갔거나 외부에 나갔을 때, 환자에게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스마트폰으로 즉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의료법에 따라 병원 밖 의료 행위는 원칙적으론 금지 대상이다.
의료법 17조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해야 법적 효력을 갖는 진단서를 발부할 수 있다. 이는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않은 진료는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다. 원격진료를 하다 부득이하게 문제가 생긴다면 본인 과실이 없더라도 의사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구조다. 원격진료 시 이뤄지는 진료 내용 녹화나 공개 범위, 개인 정보 보호 등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원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 진료실 밖 의료 행위도 인정하고,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개인 정보 보안 법안을 원격진료에도 적용하면 원격의료는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진료 형태, 보안 범위 등에 대해 의사협회 등에서 자율 규제안을 제시하면, 원격진료 운영에 문제가 적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