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락의 창

조회 수 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교와 공정에 대하여

 

백영옥 소설가(조선일보, 2020.09.12.)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한 지인이 최근 부동산 가격은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값이 폭등한 지역에 사는데 불행할 이유가 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과도한 대출이 싫어서 전세를 살았던 친구는 약을 먹을 정도로 우울해하고, 단지 몇 층 높고 낮은 것으로 같은 아파트 사이에도 가격이 수억씩 차이가 나니, 저층에 사는 자신도 뭔가 억울한 마음이라는 거다.

 

   ‘쌤통의 심리학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발견했다. 야영을 하던 두 사람이 숲속을 걷다가 커다란 곰을 만났는데, 둘 중 한 명이 갑자기 등산화를 운동화로 갈아 신기 시작했다. 그를 지켜보던 다른 한 명이 그런다고 곰보다 빨리 뛸 수 있을 것 같으냐고 야유하자, 그 친구가 말했다.

 

   “곰은 이길 필요 없어. 너만 이기면 돼!”

   제 아무리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인간은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인생의 해법일 수 없다. 끝도 없이 노력할 순 없으니 가이드라인은 하나, 내 옆의 경쟁자보다 잘하는 게 답이다. 뉴요커인 한 만화가는 이런 심리를 내가 일등석을 타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내 친구들이 이등석을 타야지!”라고 표현했다.

 

    24시간 연결 사회에서 타인과 비교하는 일은 점점 증가한다. 이런 비교에 따른 우울함을 줄이는 거의 유일한 길은 사람들이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평등은 기회의 평등과 평가 기준의 평등을 말한다. 공정한 경쟁에 의한 결과의 보상이 평등하다면 발전과 혁신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취업, 입시, 군대 등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바로미터의 공정성이 흔들린다면, 비교당한 사람들의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불행히도 최근 많은 사람이 자신의 위치가 공정한 평가에 의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에 시달린다. 오이 조각을 받고 좋아하던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가 받은 포도 알을 보고 화를 내는 건 공정함이 단지 인간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최재천 작은의자 2021.02.01 36
46 현재가 과거를 심판하면 미래를 잃는다-김태훈 작은의자 2021.01.24 32
45 분열·증오 4년 막 내리고... '미국 치유' 바이든 시대 열린다 작은의자 2021.01.19 33
44 한국에서 ‘동네북’이 된 유교 문화 작은의자 2021.01.12 32
43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작은의자 2021.01.05 35
42 교육자는 거울 비춰주는 사람 - 김대진 작은의자 2020.12.12 30
41 비대면 시대 ‘키오스크’라는 괴물-하윤수 작은의자 2020.11.24 37
40 "차라리 안락사 시켜달라", 65세되면 절규하는 중증 장애노인 작은의자 2020.11.05 32
39 코로나 시대, 재조명받는 이건희의 경영 메시지 작은의자 2020.10.28 33
38 20년 후엔 셋 중 한명이 65세 이상 작은의자 2020.10.16 37
37 유언공증 성황-“내 재산 첫사랑에게” “한달 두번 찾아오라” 작은의자 2020.10.09 34
36 자식이 주는 명절 용돈에 대한 생각 서울교육삼락회 2020.09.27 40
» 비교와 공정에 대하여 작은의자 2020.09.12 31
34 광복절 아침 작은의자 2020.08.15 36
33 고령층 3명중 2명, 73세까지는 일을 해야 서울교육삼락회 2020.07.29 38
32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별세 작은의자 2020.07.13 49
31 전 세계 단3점...900년만에 돌아온 '고려 꽃무늬 나전합' file 작은의자 2020.07.03 41
30 6.25전쟁 70주년 기념식 - 북, 종전에 담대히 나서달라 file 작은의자 2020.06.25 50
29 [한국전쟁 70주년 기획] 학살, 잠들지 않는 기억 작은의자 2020.06.25 40
28 뉴 노멀,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 file 작은의자 2020.06.06 27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