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으로 달라진 가정 모습
학업 능률 향상 위해 방 분위기 새 단장 / 파티션 설치해 공부방·침실 공간 분리
통신망 연결·외부 빛·층간소음도 관리 / 아이 학교 시간표에 맞춰 24시간 생활
가정용 CCTV 설치한 맞벌이 부부도
전국 초·중·고교가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학습 능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집 구조를 바꾸는 등 가정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국 초·중·고교생이 사상 처음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학생들이 집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가정에도 변화가 일었다. 집안에 집중력을 높여줄 교실을 만들고 혹시 모를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부모들은 '1분 대기조'로 자녀 곁을 지킨다.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집안에 CCTV를 설치하는 맞벌이 부부도 있다.
◇집안 곳곳, 교실로 옷 갈아입다
온라인 개학은 가장 먼저 공부방에 변화를 몰고 왔다. 이전과 달리 온라인으로 학교와 학원 수업을 듣게 되면서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집=휴식 공간'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학업 능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최대한 학교, 학원과 비슷한 분위기로 방을 꾸민다.
이 과정에서 공간도 분리한다. 책상과 침대 사이에 파티션을 설치하거나 공부방과 침실을 나누는 식이다. 고 3 석지원양은 "형제자매를 둔 친구들은 한 방을 공부방으로, 나머지 방을 침실로 지정해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이모(48·경기 구리)씨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의 책상을 모두 거실로 옮겨놨다"면서 "다 같이 공부하면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졌고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들을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원격 수업 특성상 방 구조 못지않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원활한 통신망이다. 아무리 방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어도 인터넷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영상이 뚝뚝 끊어지면 학생들의 집중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와이파이(Wi-Fi)가 가장 잘 터지는 곳을 파악한 뒤 그곳으로 공부방을 옮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할 때 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책상 뒤 공간도 정리한다. 캠 화면에 보이는 부분에 너저분하게 배치된 가구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벽지를 새로 사서 붙인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캠 화면에 비치는 부분을 꾸미는 '캠테리어(홈캠+인테리어)족'을 위한 상품 기획전까지 마련했다.
방을 아예 독서실처럼 탈바꿈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1인용 독서실 책상을 장만하고 창문에는 암막커튼을 달아 외부 불빛을 차단한다. 여기에 방음용 매트를 벽에 붙여 주변 소음까지 막는다.
◇"'삼시세끼' 촬영하는 기분“
인테리어만 바뀐 게 아니다. 부모들의 생활도 확 달라졌다. 특히 부모들은 하루의 시작이 빨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초 6 자녀를 둔 직장인 조모(35·충남 천안)씨는 "온라인 개학을 한 뒤로 이전보다 30분 더 일찍 일어나 아이들이 점심때 먹을 반찬을 만들어놓고 출근한다"면서 "피로가 쌓여 회사에서는 점심 먹기를 포기하고 휴게실에서 잘 때가 많다"고 했다.
전업주부들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점심 직전 요리를 하면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아이의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봐 새벽부터 일어나 점심에 먹을 음식까지 준비해둔다.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삼시세끼' 프로그램 촬영하는 기분" "하루가 아이 밥 차려주다 끝난다" 등의 푸념도 속속 올라온다.
학부모들은 식사 시간 외에도 철저하게 아이의 학교 시간표에 맞춰 생활한다. 수업시간에는 청소기를 돌리지 않고 스마트폰 벨소리도 무음으로 바꾼다. 미취학 아동을 둔 가정은 다른 자녀의 수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아이를 붙잡아둔 채 방안에 조용히 머물러야 해 '감옥생활이나 다름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고 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50·서울 송파)씨는 “쉬는 시간마다 아이의 기분을 살펴 간혹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면 좋아하는 메뉴를 해주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며 “아이가 잠들 때까지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 CCTV 통해 수시로 자녀 상태 확인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부모들의 몫이다.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쉬는 시간마다 자녀에게 전화를 건다. 고 3 자녀를 키우는 허모(50·경기 용인)씨는 “한 교시가 끝날 때마다 출석은 놓치지 않았는지, 과제는 제출했는지 등을 자꾸 물어보니 아이가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왜 자꾸 못 믿고 연락하느냐’며 툴툴대더라”며 “그래도 혹시나 수업을 듣다가 잠들어버릴까봐 걱정돼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가정용 CCTV의 도움을 얻어 상황을 살피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 박모(42·경남)씨는 “가뜩이나 집중력이 낮은 초등학생 아들이 제대로 수업을 들을지 걱정돼 최근 거실에 CCTV를 설치했다”며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뭐 하는지 실시간으로 보다가 수업 도중 딴짓을 하거나 누워 있으면 바로 전화를 건다”고 말했다.
동시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1분 대기조’ 역할도 맡는다. 서울 서초구에서 고 2, 대학교 1학년 아들 둘을 키우는 김모(48)씨는 “인터넷 연결이 갑자기 끊긴다거나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전문가를 불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면서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온종일 긴장 상태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회사 컴퓨터에 원격 제어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부모들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외부 요소를 차단하는 일에도 촉각을 기울인다. 그중 하나가 층간소음이다.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 이후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낮에는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오후 6시 넘어 층간소음 자제를 부탁하는 안내방송을 하거나 엘리베이터에 따로 안내문을 부착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9/20200419010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