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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인류에게 주는 교훈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중앙일보, 입력 2021.08.02.)

 

   - 유행병은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일    경험에서 배우는 게 과학적 태도

   - 밀집된 삶과 취미생활 돌아보게돼     위기는 모든 것 재고할 기회이기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과학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백신 개발은 물론 방역 정책도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다. 그러나 백신과 방역만이 코로나19와 관련된 과학적 이슈가 아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은 삶을 운영하는 모든 면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기초가 되는 경험주의를 깊게 생각해 보자. 이것은 지식의 근원을 경험에 둔다는 의미인데, 더 넓게 보면 모든 일을 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 해 본 후 나오는 결과에 기반하여 우리가 처음 채택했던 방식을 개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살면서 어떤 일을 겪던 간에 그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우며 나가는 것이 바로 과학적인 태도이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어쩌다 기묘하게 한 번 생긴 일로 생각하고, 지금 이 위기만 넘어가면 사회생활도 경제체제도 문화생활도 이전같이 다 그대로 돌아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 생각은 순진할 뿐더러 과학적이지 못하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잘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은, 이 위기 이후의 미래를 내다볼 때 우리가 이전까지 살아온 방식이 과연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또 그렇게 살았던 것이 정말로 가장 지혜롭고 올바른 방식이었었는가 하는 점이다. 심각하게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고통과 함께 내려준 중요한 선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밀집된 삶의 형태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인간들을 밀집해서 몰아 놓은 환경에서 일도 하고 오락도 해 왔다. 또 그러한 밀집을 서로에게 강요하는 사회적 체제와 문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독감이 도는 시기에 몸이 아파도 낑낑대며 학교에 출석하거나 직장에 출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고, 그러면서 독감 균이 퍼져서 매년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고 노약자들 중에는 사망자도 부지기수로 나왔다. 그래도 사회적 차원에서 그리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그렇다면 지금 코로나로 인해 죽는 생명은 왜 갑자기 그리 아끼는가. 그것은 합리적이지 못하고 과학적이지 못하다. 코로나19가 다 없어진 후에라도, 감기부터 시작하여 각종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집에서 또는 생활 치료 시설에서 나을 때 까지 격리하도록 하는 풍습이 정착되어야 한다. 또 전염병이 아닐지라도 몸이 아픈 사람에게 출근을 강요하는 문화는 없어져야 하고, 아파서 일을 못하더라도 치명적인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도록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오락이나 취미생활도 그렇다. 정말 꼭 비좁고 밀폐된 공간에 모여서 노래를 해야만 재미있고 서로 친해지는가. 관중을 수만명씩 모아놓고 광란에 가까울 정도로 소리지르며 함께 경기를 관전해야만 재미있고 애국심이나 애향심이 북돋아 지는가. 도리어 그것은 잘못된 국수주의나 지역주의만을 부추기게 된다. 7월 중순에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올라가면서 저녁때 세 명 이상 모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당황하고 슬퍼했고, 식당이나 주점 등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두명만 만나면 사회생활이 아닌가. 필자의 경험으로는 가장 아끼는 지인과 단 둘이 만나서 술 한잔 나누며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기쁘고 만족스러운 사회생활이다. 데이트 할 때는 둘이만 만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다른 사회생활은 왜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또 한가지 생각해 보면 근래의 우리 인간들은 너무 생각없이 쓸데없는 여행들을 많이 다녔다. 필자도 시인하는 것은 특히 학문적 교류를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온 세계를 뒤집고 다니며 매년 열 번 이상 해외여행을 했다. 그런데 지난 17개월동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단 한번도 그런 출장을 가지 않았다. 그래서 좀 잃은 것도 있지만, 또 화상통화등의 방법을 통해 직접 모이지 않아도 많은 의미 있는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고, 또 그렇게 하니까 원할 때 마다 국제적인 모임을 비용도 들이지 않고 아주 손 쉽게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이 다 개발되어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왜 하지 않았을까 하고 머리를 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다 없어지더라도 앞으로는 장거리 여행은 가장 중요한 일에만 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현재 닥친 코로나19사태를 방역과 백신으로 일단 극복하는 것은 물론 최우선의 과제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으며, 또 전염병은 에이즈, 광우병, 이볼라, 지카, 사스, 메르스 등을 통해 이미 겪었듯이 크고 작은 것이 다양하게 계속 새로 생겨날 것이다. 인류는 항상 각종의 전염병을 안고 살아왔다. 20세기 중반에 한때 의학과 제약업과 공중보건 체제가 급격히 발달했고 또 운 좋게 무서운 새로운 병이 당분간 등장하지 않으면서 우리 인간들이 우쭐하고 전염병 없는 세상이 된 것처럼 살다가 이번에 큰 코 다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를 무서운 선생님으로 모시며 삶의 모든 부분을 과학적 정신으로 잘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출처: 중앙일보] [중앙시평]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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