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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낫지 않는 관절 통증 관절 아니라 신경의 문제

 안강병원 원장(2020.10.27.)

 

   무릎이 아프다고 찾아온 젊은 아랍인 환자가 있었다. 걸을 수는 있었지만 뛰거나 무릎을 굽히기 어려워했다. 무릎 주위 근육은 말라 있었다. 통증은 2년 전부터 심해졌다고 했다.

   MRI로 들여다보니 무릎 주위에 염증이 있기는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이 환자는 영국에서 호파씨병(무릎 앞 지방조직의 염증으로 통증이 오고 운동 범위가 줄어드는 증상)을 진단받았다고 했다. 이후 수많은 의사를 만났지만, 각각 다른 진단을 내려서 환자의 혼란이 가중된 상태였다. 진료 후 지금 당장은 무릎이 아프지만, 이 증상은 뇌의 변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는 깜짝 놀랐다.

 

    사람 몸은 손상이 가해지면 몇 주 안에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무리 길어도 수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해서는 안된다. 상처가 다 나았는데도 계속 아프다면 이는 만성통증(慢性痛症)’이다. 만성통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왜 더 아파졌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뇌에 반복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반사를 강화하는 변화가 신경회로에 생긴다. 이런 변화를 신경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자극의 강도가 강할수록, 오랜 시간 지속할수록 더 많이 변한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한석봉의 사례가 도움된다. 불을 꺼놓고 한석봉은 글을 쓰고 그의 어머니는 떡을 썰었다. 한석봉의 글은 삐뚤었지만, 어머니가 썬 떡은 가지런했다. 한석봉 어머니의 신경 가소성 변화가 한석봉보다 더 많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신경의 가소성이 만성통증의 주범이라는 것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는다. 무릎을 반복적으로 다쳤다면, 다치고 나서 상당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아프다면 이미 신경 가소성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한석봉 어머니는 떡을 더 잘 썰게 됐지만, 똑같은 기전에 따라 환자는 더욱 아파진 것이다. 이 경우 문제는 무릎이 아니라 무릎에 해당하는 신경회로다.

 

어깨가 아픈 원인은 서로 자꾸 부딪히는 뼈의 문제라는 인식 때문에 수십년간 뼈를 갈아내는 수술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경우 이 수술이 의미 없다는 주장이 많다. 신경회로 변화에 의해 어깨뼈가 부딪히도록 설정이 된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최근 스포츠의학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손상 후 신경회로 변화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재활 치료를 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때로는 증상을 악화시켜 결국 선수의 수명을 짧게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아픈 부위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아프게 하는 신경회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내 경험상 이런 환자는 무릎 등 다친 부위 치료부터 진행하면 통증이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아픈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때, 운동처방도 같이해야 한다.

 

   어느 부위든지 병이 낫지 않는다면 아픈 곳의 문제가 아니거나, 아픈 곳만의 문제가 아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 현상은 젊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다. 통증 부위에 주사 치료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해가 될 수 있다. 세심한 진단을 통해 신경회로 문제를 반드시 가려내야 좋은 치료 결과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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