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100주년, 나라마다 제각각 어린이날 풍경
김태훈 기자 (경향신문 2022.05.04.)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1923년 ‘어린이날의 약속’)
1922년 5월1일 소파 방정환 등 어린이운동에 앞장선 이들이 주축이 된 천도교소년회는 국내 최초로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이듬해인 1923년 어린이날 1주년을 맞아 배포한 선전문에는 ‘어린이선언’을 비롯해 ‘어린이날의 약속’ 같은 글을 실었다. 100년 전 시대를 앞서 아동인권과 복지를 외친 움직임을 뒤이어 한국과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의 첫 어린이날은 새싹이 돋아나는 날의 의미를 담아 5월1일로 제정됐다. 일제강점 하에서도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진 데다 노동절과 겹치는 문제도 있어 1927년부터는 어린이날 행사를 5월 첫째 일요일에 열었다. 3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선전문을 배포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어린이운동이 항일운동으로 연결될 것을 경계한 일제는 1934년에 잡지 ‘어린이’를 폐간시킨 뒤 1937년에는 어린이단체들도 해산했다. 이에 따라 1939년부터 중단된 어린이날 행사는 해방 이후 1946년 부활했다. 1946년 5월의 첫째 일요일이 5일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어린이날도 5월5일로 자리잡아 1961년 제정된 아동복지법도 이날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전 세계로 보면 최초의 어린이날이 지정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의 목사 찰스 레너드가 어린이 복지를 위해 1857년 6월 둘째 일요일을 ‘장미의 날’로 지정한 일이 기원이다. 현재까지 미국에선 이날이 어린이날로 정착됐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 어린이날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터키가 가장 앞섰다. 터키는 1920년 4월23일을 어린이날로 공식 지정한 데 이어 1929년 당시 지도자 케말 아타튀르크가 재차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여러 나라들이 공동으로 기념하는 어린이날도 있다. 1925년 아동복지세계회의에서는 6월1일을 ‘국제아동절’로 제정했다. 이후 소련을 위시해 사회주의 권역 국가들이 대부분 이날을 어린이날로 기념하면서 북한을 비롯해 현재까지도 6월1일을 어린이날로 보내는 나라들이 50여개국에 달한다. 1959년 11월20일 유엔 총회에서 ‘아동권리선언’을 채택한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이 ‘세계 어린이의 날’로 지정됨에 따라 자국의 어린이날을 이 날짜로 기념하는 나라도 20여개국에 이른다.
국제아동절이나 세계 어린이의 날이 아닌 자국 고유의 문화나 민속에 따라 어린이날을 제정한 나라도 있다. 일본은 한국과 같은 5월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지만 유래는 전혀 다르다. 음력 5월5일이던 단오 명절은 일본에서 남자아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날이었는데,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 5월5일로 바뀌었다. 그래서 일본에선 히나마츠리란 이름으로 과거 삼짓날이었던 3월3일을 여자아이를 위한 날로 보낸다. 6월1일 국제아동절을 지내는 중국 본토와 달리 대만과 홍콩은 1931년 중화민국 정부가 제정한 이력을 따라 4월4일을 어린이날로 보내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