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얼굴 인터넷에 무방비 노출… 온라인 수업 교권침해 우려 확산
남지현 기자(조선일보, 2020.04.13.)
익명 채팅방 통해 성희롱까지
교사들 "아무도 우릴 안지켜줘"
수도권 한 고등학교 과학 교사 정모(여·41)씨는 지난 1일 온라인 개학을 맞아 실시한 시범 강의 도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이날 개학을 앞두고 예행 연습차 회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실시간 수업을 하고 있었다. 수업 도중 실시간 채팅창에 '○○고등학교 BJ네'라는 글이 떠올랐다. 그러자 다른 참여자가 '저렇게 못생긴 BJ가 어디 있냐'고 했다. BJ란 방송자키(Broadcasting Jockey)의 줄임말이지만, 이 대화에선 '성인방송 진행자'란 의미로 읽혔다. 채팅창에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어 벌어진 일이다. 온라인 수업은 특정 인터넷 주소를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는데 학교 측은 해당 주소 링크를 학생들에게만 발송했다. 정씨는 "다음부터는 얼굴이 나오지 않게 강의 영상을 미리 제작해 채팅창이 없는 플랫폼에 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수업 현장에서 '교권 침해'가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의 얼굴과 수업 중 일거수일투족이 영상 기록으로 인터넷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한마음 교사되기'라는 카페의 현직 교사 게시판에는 한 교사가 "수업 영상 속 선생님 얼굴을 캡처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웃기게 생겼다'는 게시글을 올린 학생을 같은 학교 학생이 학교에 신고했다"며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썼다. 중학교 국어 교사 이모(28)씨는 "특히 여자 선생님들은 수업 영상이 외모 품평이나 음란물 합성 등에 악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영상을 찍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7일 "학생이 수업 영상 속 교사의 얼굴을 위·변조해 유포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면 교원지위법에 따라 최대 퇴학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줌'을 사용한 또 다른 수도권 고교 온라인 수업에서도 익명 채팅창을 통한 성희롱 발언이 나왔다. 한 참여자가 학교 이름으로 성적(性的) 표현을 담은 삼행시를 적어 올린 뒤,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욕설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3/2020041300105.html